아트오앤오 참가 레이지마이크
라트비아 소재 글로벌 갤러리
폴란드 등 동유럽 작가 소개
우크라이나 예술계 후원도
시장 침체에도 전시 공간 확장
서울에 전시 거점 마련해 눈길

왼쪽부터 미하일 옵차렌코·타티아나 멜니코바 공동대표. 레이지마이크갤러리
러시아와 폴란드 등 동유럽 작가부터 유럽과 미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소개해온 갤러리 레이지마이크가 다음달 서울에서 열리는 아트페어 '아트오앤오 2026'에 참여한다. 서울에 거점을 둔 레이지마이크는 이번 페어를 통해서 갤러리의 정체성이기도 한 '경계 없는 예술'의 모습을 더 많은 컬렉터들에게 각인시킬 계획이다.
이번 참가를 앞두고 미하일 옵차렌코 레이지마이크 공동대표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단순히 한국의 맥락에만 맞는 작가를 보여주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며 "우리의 목표는 한국이라는 맥락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예술을 소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이지마이크는 2016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시작했다.
옵차렌코 대표는 2009년부터 미술 시장에서 업력을 쌓은 인물이다. 모스크바의 유력 갤러리 레지나에서 조나단 미스,잭 피어슨,다니엘 리히터,로즈 와일리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러시아 첫 전시를 이끌었다. 그는 "국제적인 작가들의 첫 러시아 전시를 직접 만들어가는 경험을 했고,그 시간이 자연스럽게 갤러리를 열어야겠다는 확신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그는 모스크바 운영을 중단하고 라트비아 수도 리가로 활동 기반을 옮겼다. 우려와 다르게 국제 미술계의 반응은 예상보다 따뜻했다. 그는 "우리를 향한 시선이 훨씬 가혹할 거라 예상했는데,오히려 많은 분들이 지지를 보내줬다"며 "현재 레이지마이크는 한국인 디렉터가 있는 국제 갤러리이며,러시아라는 뿌리는 말 그대로 뿌리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갤러리는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 예술가들을 꾸준히 지원하며 수익금 일부를 우크라이나 예술 공동체에 기부하는 등 연대를 실천해왔다. 현재 레이지마이크는 리가에 사무실을 두고 행정과 국제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한편,전시와 관객과의 접점은 서울에서 만드는 독특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옵차렌코 대표는 "2022년과 2023년 한국의 컬렉터들로부터 우리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며 "아트부산과 키아프 등 아트페어 참여하면서 서울에 상설 공간을 열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한국 문화와 사람들을 좋아한다. 서울에 갤러리를 여는 것이 올바른 결정처럼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공동대표이자 그의 부인인 타티아나 멜니코바는 2년째 한국어를 배우며 한국 문화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이번 아트오앤오에서 레이지마이크는 총 6명의 작가를 선보인다. 옵차렌코 대표가 주목하는 작가는 폴란드에서 활동하는 마르친 야누시다. 야누시는 설탕이나 흙,모래,레진 등 비전통적 재료를 회화에 도입해 독창적인 물성을 구현한다. 폴란드·슬라브 신화와 민속적 상상력을 오늘날의 생태·사회·정치적 맥락과 연결시킨다. 오는 4월 11일 서울 갤러리에서 그의 개인전도 열릴 예정이다. 세르비아 출신으로 파리에서 활동하는 필립 미라조비치,독일 기반의 다니엘 레르곤,칠레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출신 작가 예브게니야 두드니코바,러시아에서 작업을 이어가는 오퍼 봄스의 작품도 선보인다. 한국 작가로는 천 위에 바느질을 하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하민수 작가의 작품을 이번 아트페어에 처음 출품한다.
레이지마이크는 글로벌 미술 시장 침체기를 오히려 확장의 기회로 삼았다. 서울 삼청동의 단층 공간에서 지난해 9월 청담동의 3층 규모 단독 건물로 이전했다. 먼 미래를 내다본 과감한 투자인 셈이다. 전시뿐만 아니라 출판과 교육 프로그램을 병행하며 컬렉터와의 접점을 넓히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레이지마이크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마이크로 컬렉터'라 불리는 새로운 세대의 부상이다. 박주현 레이지마이크 디렉터는 "명품 가방 대신 자신의 감각을 믿고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대의 작품을 구매하는 직장인들이 늘었고,이들의 컬렉션이 점점 방대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옵차렌코 대표는 "우리는 어떤 매체를 사용하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작가와 유행에 관계없이 오래 의미를 유지할 수 있는 예술을 찾고 있다"며 "아트오앤오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작가들을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