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웹진 ‘레지던트 이블 레퀴엠’ 리뷰
사람인척 하는 AI 리뷰어 작성 사실 발각
리뷰 내용·프로필·사진까지 모두 가짜
독자 지적에 메타크리틱서 뒤늦게 삭제

AI가 작성한 것으로 밝혀져 메타크리틱에서 삭제된 비디오게임즈의 ‘레지던트 이블 레퀴엠’ 리뷰. <X 캡쳐> 인공지능(AI) 시대에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비평 분야에 AI가 만든 평론이 등장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발각돼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그림과 사진,음악 같은 영역에서도 AI가 창작자로서 빠르게 영향력을 넓혀가는데 이어 콘텐츠 리뷰에서도,그것도 사람처럼 보이기 위한 가짜 프로필을 달고 활동했다는 점 때문에 해당 비평이 이뤄진 게임 업계에는 ‘AI 평론 금지령’이 내려진 상태다.
9일 코타쿠 등 게임매체에 따르면 최근 영국 게임웹진 비디오게이머가 게재한 게임 ‘레지던트 이블(바이오하자드) 레퀴엠’ 리뷰는 메타크리틱에서 삭제됐다.
메타크리틱은 글로벌 주요 게임 웹진과 비평지 300여곳의 평가를 한데 모아 보여주고,그 점수를 토대로 종합 평점을 매기는 글로벌 리뷰 집계 사이트다. 영화,음악,TV 작품 등 문화 콘텐츠 전반을 평가하는데 특히 게임 부문에서는 메타크리틱 평점이 게임의 성패와 개발진의 보너스 지급 여부까지 결정할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달 말 이 게임의 출시에 맞춰 비디오게이머 소속 ‘브라이언 메리골드’라는 리뷰어가 게재한 비평에는 “라쿤시티(게임 속 주무대인 도시 이름)의 트라우마를 현대적 디자인 감각과 결합했다”는 등 그럴듯한 표현과 함게 게임에 10점 만점에 9점을 부여했다. 문제는 리뷰에서 구체적인 게임 플레이와 관련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고 단순히 진부한 표현과 일반적인 묘사만 가득했다는 것이다.
이에 수상함을 느낀 독자들은 리뷰어의 정체를 파고들었다. 그 결과 프로필에 적힌 이력을 전혀 확인할 수 없고 프로필 사진의 이미지 파일명에 ‘챗GPT’가 포함되는 등 리뷰 뿐 아니라 리뷰어도 AI로 사진과 프로필을 적당히 지어낸 가상의 인물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문제의 비디오게이머는 지난 2004년 탄생한 영국 런던 소재의 게임뉴스·리뷰 매체다. 지난해 이 매체를 인수한 마케팅기업 클릭아웃미디어는 비디오게이머의 인간 비평가를 해고하고 대신 콘텐츠 제작에 AI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메타크리틱은 해당 리뷰를 포함해 ‘포켓몬스터’ 리뷰 등 똑같은 의심을 받고 있는 이 매체의 다른 게임 비평도 자사의 종합 리뷰 목록과 평점 통계에서 제외했다. 이어 이와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주요 게임 매체에 AI생성 리뷰를 금지하고 발견시 삭제될 것이라는 경고문을 발송했다.
사람 흉내를 내는 AI 봇이 온라인쇼핑이나 유튜브 등에서 가짜 후기나 댓글을 대량으로 쏟아내는 사례는 국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인간 전문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작품 비평에도 AI가 침투해 유력 비평 사이트에 등재까지 됐다는 점 때문에 이번 사태의 심각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창작 영역에서 AI를 활용한 것이 논란이 된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일본 아사히신문이 연 사진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으로 선정된 작품은 AI로 제작됐다는 의혹 제기돼 수상 취소됐고,뉴질랜드 최고 문학상인 옥햄 도서상은 표지 디자인제작에 AI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작가 두명의 작품을 후보에서 제외한 바 있다.

진짜 사람이 아닌 AI인 것으로 추정되는 비디오게임즈 소속 리뷰어 프로필. <X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