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홍보·회계직원도 앱 만들고 … 개발자는 'AI교관'으로 직무전환

Apr 22, 2026 IDOPRESS
AI에이전트가 바꾼 기업 풍경AI가 코딩 작업 대신 해주자비개발직도 프로그램 만들어전용PC 지급하는 회사도 늘어기업, 신입 개발자 채용 미루고기존 개발자는 직무 재배치AI 인재 수요 2년간 7배 증가

AI에이전트가 바꾼 기업 풍경


AI가 코딩 작업 대신 해주자


비개발직도 프로그램 만들어


전용PC 지급하는 회사도 늘어


기업,신입 개발자 채용 미루고


기존 개발자는 직무 재배치


AI 인재 수요 2년간 7배 증가

AI에이전트 '열공'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소재 스타트업 코르카에서 직원들이 회의실에 모여 'AX 데이'를 열고 각자 진행한 인공지능(AI) 프로젝트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코르카는 격주 목요일마다 전 직원이 하루 종일 바이브코더로 변신한다. 이승환 기자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코르카 사무실. 오전 10시가 되자 직원 20여 명이 모두 회의실로 모였다. 이 회사가 격주 목요일마다 진행하는 'AX 데이'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2021년 창업한 코르카는 논문 이해를 돕는 연구용 에이전트 '문라이트'를 개발한 기업이다. AX 데이가 열리는 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직원들은 업무를 잠시 내려놓고 개발자·비개발자 구분 없이 하루 종일 '바이브코더'로 변신한다.


AX 데이 진행자이자 사내 AI 리더인 배휘동 리드가 "지난 AX 데이 때 '시도할 것'으로 적은 내용 중 더 해본 것들이 있느냐"고 운을 떼며 시작을 알렸다.


한 마케터는 소셜미디어 스레드에 문라이트에 관한 홍보글을 하루 두 번 올리는 작업을 AI를 통해 자동화한 경험을 공유했다. 이후 직원들은 AI 활용 역량에 따라 둘씩 조를 이룬 뒤 본격적인 AX 활동을 시작했다. 클로드 코드,코덱스 등 AI 코딩 도구를 자유롭게 활용하며 각자 만들고 싶은 것을 하루 안에 제작해 발표한다.


업무와 무관한 것을 만들어도 전혀 상관없다. 실제로 이날 AX 데이 중 코르카 직원들은 각자의 에이전트를 내보내 땅따먹기를 진행하는 '워 게임'을 개발하거나,음악 생성 AI인 '수노'를 활용해 발라드 노래를 작곡하는 등 다양한 결과물을 내놨다.


AI 에이전트가 작업을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 직원만큼 생산성을 낼 정도로 진화하며 이젠 직장 안에서 일자리 판도까지 바꾸고 있다. 바이브코딩 등장으로 비개발자 직원도 언제든지 자신의 일을 돕는 AI를 만들 수 있게 되자,과거 개발자의 코딩 능력을 중요시했던 기업들이 이제는 직원들의 에이전트 활용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키우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부 기업은 기존 개발자를 에이전트 교육 역할로 재배치하는 일자리 전환(Job Transformation·JX)을 추진 중이다. 직원 개개인이 AI 에이전트를 얼마나 잘 다루고,에이전트와 어떻게 협업하는지가 곧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넘어 생존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행 플랫폼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은 개발자뿐만 아니라 인사·마케팅·홍보 직무 담당자까지 자신의 업무에 특화된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어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AI 시대에는 모든 구성원이 사용자에 머무르지 않고 AI와 함께 스스로 문제를 풀어내는 전문가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표 아래 이 회사는 모든 구성원에게 커서와 클로드 코드 같은 AI 코딩 툴을 무제한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채용팀은 면접자와 일정 조율 작업을 효율화하고자 면접관의 비어 있는 일정을 파악해 옵션을 제안하는 프로그램을 AI로 제작했고,1인으로 구성된 홍보팀은 자사·타사·업계 뉴스를 자동 수집해 일일 리포트를 만들어주는 뉴스 모니터링 서비스를 직접 개발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나만의닥터'를 운영하는 메라키플레이스는 최근 직원 전원에게 '맥미니'를 지급했다. 애플이 판매하는 맥미니는 개인용 에이전트 개발에 최적인 데스크톱 컴퓨터로 구형 제품 가격이 60만원대,최신 제품은 200만원대에 달한다.


특히 맥미니는 직원들이 퇴근한 후에도 에이전트가 홀로 일할 수 있는 '24시간 개발 환경'의 토대가 된다. 선재원 메라키플레이스 대표는 "직원들이 자신만의 에이전트를 구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라며 "에이전트가 맥미니에서 개발 업무를 밤새 처리하고,직원은 아침에 출근해 결과물을 검토하고 실제 업무에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용 자금 관리 솔루션 '경리나라'를 만든 국내 핀테크 1세대 기업인 웹케시그룹은 지난해부터 신입 개발자 채용을 중단했다. 기업에 납품 중인 모든 솔루션에 채팅이나 음성 지시만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에이전트 기능을 탑재하면서 기존에 근무하던 개발자와 기획자는 에이전트가 사람의 언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콘텍스트 엔지니어(Context Engineer)' 직무로 재배치됐다.


범용으로 만들어진 AI는 금융 같은 특정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데 여기에 맞춰 AI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기존 데이터를 가공한 뒤 이를 이용해 학습시키고,수차례 문답을 통해 실제 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수준까지 성능을 고도화하는 업무를 맡긴 것이다.


에이전트가 업무와 일자리를 바꾸는 현상은 현재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AI 시대 직무 역량 보고서에서 "일의 미래는 인간·에이전트·로봇의 파트너십으로 재정의될 것"이라며 "미국에서는 'AI 활용 역량(AI fluency)'을 가진 인재에 대한 수요가 지난 2년간 7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맥킨지는 "미국에서 2030년까지 AI 기반 에이전트가 연간 약 2조9000억달러의 경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앞으로는 기술 자체 혁신보다 조직이 업무 흐름을 어떻게 재정의하고 인간의 역량이 얼마나 빠르게 AI에 적응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정호준 기자 / 김태성 기자 / 이종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