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하신 아기 나왔습니다"… SF영화 '가타카' 현실로 실리콘밸리 '슈퍼베이비' 논란

Jul 18, 2025 IDOPRESS
부모의 사랑 대신 … 데이터로 만드는 아기배아 세포 단 5개만으로도1200개 질병 발병위험 예측원하는 배아 선택해서 착상더 급진적인 기술까지 등장배아DNA 직접 편집 실험도과학자들 "아직 정확도 낮고향후 부작용 장담못해" 경고

부모의 사랑 대신 … 데이터로 만드는 아기


배아 세포 단 5개만으로도


1200개 질병 발병위험 예측


원하는 배아 선택해서 착상


더 급진적인 기술까지 등장


배아DNA 직접 편집 실험도


과학자들 "아직 정확도 낮고


향후 부작용 장담못해" 경고

유전자 조작 '맞춤형 아기'를 소재로 한 SF 영화 '가타카'(1997)의 포스터.

유전자가 완전히 해독된 미래. 인간은 태어나기 전부터 질병과 결함을 제거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우성 인간'은 사회의 상층을 차지하고,자연 임신으로 태어난 '열성 인간'은 하층민의 삶을 살아간다. 1997년 개봉한 영화 '가타카'는 유전자 정보가 계급을 결정하는 디스토피아 사회의 비극을 그리고 있다.


영화 속 이야기로 여겼던 상상이 실리콘밸리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자녀의 유전적 리스크를 수치화해 '가장 건강한 배아'를 선택하는 방식이 기술업계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다시 말해 '아기는 사랑이 아니라 데이터로 만든다'는 것이다.


생명의 시작을 '선택'과 '설계'로 바꾸는 이 기술은 과학적 타당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윤리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오키드헬스'가 시험관 시술(IVF) 과정에서 배아의 유전체를 분석해 1200여 개 질병의 발병 가능성을 예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오키드헬스는 단 5개 세포만으로 30억쌍의 유전체를 분석하고,조현병·알츠하이머·비만 등 질병에 대해 '다유전자 위험 점수(PRS)'를 산출한다.


누어 시디키 오키드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과의 만남에서 "성관계는 즐거움을 위한 것이고,아이는 스프레드시트로 고르는 시대"라며 "나 역시 이 기술을 활용해 자녀를 낳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WP에 따르면 이 자리에 참석한 인물 중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아이를 낳은 시본 질리스도 포함돼 있었다. 머스크 CEO와 질리스가 낳은 4명의 아이 중 최소한 1명은 오키드헬스의 유전체 선별 기술을 통해 태어났다고 알려졌다.


미국에서 유전자 예측에 대한 규제가 없어 오키드헬스 같은 기업들이 빠르게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오키드헬스의 첫 아이는 2023년 말에 태어났고,현재 미국 내 100여 개 IVF 클리닉에서 서비스가 사용되고 있다. 이는 1년 전보다 2배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스베틀라나 야첸코 스탠퍼드대 교수는 WP와의 인터뷰에서 "5개 세포로 전 유전체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오류가 발생한다"며 "특정 질병 유전자가 없다고 단언하는 건 사실상 러시안룰렛에 가까운 위험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 기술이 미국과 유럽계 백인 유전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돼 다른 인종에 대해서는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체외 수정 1회에 약 2만달러,배아 1개당 2500달러의 분석비가 들어 고소득층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논란이 더한 기술도 등장했다. 캘리포니아 스타트업 '부트스트랩 바이오'는 아예 인간 배아의 DNA 자체를 편집하는 생식세포 유전자 편집 기술을 개발해 투자자를 모으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생식세포 유전자 편집이 포함된 임상시험을 아예 불허한 만큼,부트스트랩 바이오는 중미 온두라스로 눈을 돌려 임상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이 기술 역시 사람에게 적용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유전자 교정이 주변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 등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올해 5월 국제 재생의학연맹과 미국 유전자세포치료학회 등은 이를 이유로 "향후 10년간 유전 가능 인간 유전체 편집 전면 중단"을 권고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질병 예방과 유전자 최적화가 '더 나은 인간'을 만들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확산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슈퍼 베이비' 실험이 영화 가타카가 묘사한 유전자 기반 계층화 사회를 촉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리콘밸리 원호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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