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믹 쿼리
닐 디그래스 타이슨·제임스 트레필 지음
박병철 옮김,알레 펴냄,2만8000원
"지구가 속한 은하는 우주에 산재한 수많은 은하 중 하나에 불과하다. 한때 우주의 중심이었던 지구는 알고 보니 모래알보다 많은 은하 중 하나의 변두리에 자리 잡은 태양의 식솔이었다."
에드윈 허블이 안드로메다가 우리은하 밖의 또 다른 은하임을 밝혀낸 후 인류는 자신이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천체물리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과 물리학자 제임스 트레필의 새 책 '코스믹 쿼리'는 이 거대한 인식 전환을 출발점으로 삼아 인간이 우주 안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 탐구한다.
책은 '우주에서 우리의 위치는 어디일까' '우주는 왜 지금처럼 진화했을까' '우리는 우주에서 유일한 생명체일까' 같은 10가지 질문으로 구성됐다. 두 저자는 우주의 나이를 계산하는 방법부터 빅뱅 이전의 시간,양자역학과 다중우주론까지 복잡한 개념을 일상 언어로 풀어낸다. 우주 팽창과 빅뱅 이론,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등 천체물리학의 핵심 주제가 차례로 등장한다.
최신 관측 데이터에 의하면 관측 가능한 우주에는 약 1000억개에서 최대 3000억개의 은하가 존재하며 우주에는 10²¹개 이상의 별이 존재한다. 저자들은 우주 지식이 쌓이면서 인간의 입지가 쪼그라들었다고 언급한다. 그리고 이 사실을 비관적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지구가 특별한 행성이 아니고,인간 또한 자연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인간의 존재를 우주적 맥락 속에서 새롭게 정의한다. 우리의 몸을 이루는 모든 원자는 별의 핵에서 만들어졌고 이에 따라 인간은 별의 후손이라는 것이다.
책 후반부로 갈수록 질문은 한층 근원적으로 확장된다. '빅뱅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는가' '우주는 하나인가,여러 개인가' 등이다. 저자들은 명확한 답을 내리기보다 질문을 체계화하는 과정 자체가 인류의 지적 진보라고 강조한다. "100년도 안 되는 짧은 삶에서 우리에게 어울리는 목표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상상조차 하지 못한 질문을 던지고 체계화하는 것"이라는 대목이 이를 대변한다.
책은 과학과 철학의 경계를 넘나든다. 꿀벌과 문어의 지능을 예로 들며 "지능이 생존에 절대적인 요소라면 인간은 왜 자신이 만든 기술로 위기에 처했는가"라고 묻는다. 또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특이점'이 오면 기계를 살아 있는 존재로 인식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진다.
'코스믹 쿼리'는 방대한 우주를 다루지만 독자에게 쉽고 친절하게 다가간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실제 사진 130여 점,공동 저자 타이슨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 글귀 등을 곁들여 시각적 이해를 돕는다.
[정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