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오로즈코 공간 연출
소나무·대나무 등 조경

가브리엘 오로즈코가 조성한 리움 야외 정원. <리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 미술관 야외 데크는 한때 대형 조각품이 자태를 뽐내는 공간이었다. 2004년 개관 이후 알렉산더 칼더,루이즈 부르주아,아니쉬 카푸어의 랜드마크 조각이 이곳을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찾은 이곳에는 으리으리한 대형 조각도,어려운 현대미술 개념을 담은 작품도 자취를 감췄다. 대신 우리에게 친숙한 소나무와 대나무,매화나무 등이 피워낸 하얀 꽃들이 반겨줄 뿐이다. 그렇다고 그저 정원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공간 전체의 개념과 연출은 멕시코 출신의 세계적인 거장 가브리엘 오로즈코(64)의 손끝에서 나왔다. 정원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인 셈이다.
이른바 ‘가브리엘 오로즈코 정원’은 시민 누구나 부담 없이 방문해 도시의 일상을 즐길 수 있는 쉼터로 자리 잡고 있다. 점심시간이나 하루 중 잠시 시간을 내어 그저 거닐기만 해도 좋은 공간이지만 몇 가지 개념을 알고 가면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가브리엘 오로즈코가 조성한 리움 야외 정원. <리움> 첫째는 추운 겨울철에도 변하지 않는 세 가지 벗이라는 뜻의 ‘세한삼우’라는 주제를 공간에 적용한 점이다. 소나무 17주,매화나무 11주,대나무 1500주가 심어진 이유다. 일본에서 오래 거주하며 동양 문화를 접한 작가가 연구한 결과물이다. 겨울의 흰 눈을 연상케 하기 위해 나무 아래는 백당나무,설유화,찔레나무,물매화 등 흰 꽃들이 심어져 있다.
또 하나는 500평 데크 전체가 충남 보령에서 채석한 보령석을 가지런히 놓은 10개의 작은 원형으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작가는 그간 동그라미와 축구공 형태의 원형 작업에 집중했다. 직선이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반면 원은 모든 방향으로 열려 있고 순환과 유기적인 흐름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앞서 2016년 사우스런던 갤러리와 2019년 멕시코시티 추풀테펙공원에서도 이러한 정원을 선보인 바 있다.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화려한 조형물이 아니라 지속되는 시간,스펙터클이 아니라 인내가 가브리엘 오로즈코 정원·조각의 핵심”이라며 “관람객의 시선을 위로 끌어올리는 수직적 전통에서 발밑과 수평으로 낮춘 수평적 시도”라고 밝혔다. 오로즈코는 내년 리움에서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 야외 정원은 미술관 개관 시간 동안 누구에게나 무료로 개방된다.

가브리엘 오로즈코가 조성한 리움 야외 정원. <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