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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프라이드재단, 서울서 퀴어 미술전…“정체성 아닌 예술성 주목해야”

Apr 3, 2026 IDOPRESS
패트릭 선 선 프라이드재단 이사장 인터뷰 韓 첫 대규모 퀴어 단체전 아트선재센터와 공동주최 최하늘·오인환·이우성 주목

패트릭 선 선 프라이드재단 이사장 인터뷰


韓 첫 대규모 퀴어 단체전


아트선재센터와 공동주최


최하늘·오인환·이우성 주목

패트릭 선 선 프라이드재단 이사장 <선 프라이드 재단> “많은 이들이 퀴어 아트를 ‘호모 에로티카’ 같은 성적 이미지로만 국한해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퀴어 예술은 아름다움,차별,부모로서의 책임감 등 인류 보편적인 주제를 다룹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기준은 정체성이 아니라,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좋은 예술인가인 점입니다.”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스펙트로신테시스 서울’ 전시를 열고 있는 아시아 최초 퀴어 미술 재단 ‘선프라이드 재단’의 패트릭 선 이사장은 최근 매일경제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전시작들의 예술적 완성도를 강조했다. 이번 전시는 대만,홍콩,방콕을 거쳐 서울에 상륙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퀴어 예술 순회 전시다.

선 이사장은 홍콩의 컬렉터이자 활동가로 2014년 성소수자 예술가 지원을 위해 선 프라이드 재단을 설립했다. 그는 “단순히 작품을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내가 세상에 없더라도 퀴어 예술의 가치가 지속될 수 있는 유산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영국 테이트,미국 구겐하임 미술관,홍콩 M+ 등 주요 미술기관의 이사진과 자문단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대해 선 이사장은 “내가 서울을 선택했다기보다 서울이 나를 선택했다”며 “아트선재센터가 먼저 협력을 제안해 성사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트선재센터는 오랜 기간 퀴어 문화를 지원해온 기관으로,전시의 완성도와 영향력 측면에서 신뢰가 컸다”고 덧붙였다. 이번 서울 전시는 아트선재센터가 기획을 주도하고 재단이 소장품 30여 점을 지원하며 공동 주최하는 형태로 꾸려졌다.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과 이용우 게스트 큐레이터가 전시를 기획했다.

선 이사장이 이번 전시를 자신하는 배경에는 쟁쟁한 작가 라인업이 있다. 미국 작가 마크 브래드포드는 남들보다 눈에 띄는 존재가 겪는 현상을 탐구한 장소 특정적 설치 신작을 선보인다. 런던 기반의 신 와이 킨은 향이 없는 공병을 통해 진실된 자아를 기다리는 철학적 메시지를 던진다.

선 이사장은 한국 작가들에 작업도 주목했다. 그는 “회계사 교육을 받은 나는 늘 깨끗하고 완성된 것을 추구해왔다”며 “하지만 최하늘 작가의 거칠고 미완성된 미학을 접하며 퀴어 아트를 이해하는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향을 태워 게이들의 만남 장소를 기록하고 소멸시키는 오인환의 설치 작업,퀴어 공동체에 대한 그림을 그린 이우성의 작업도 주목했다.

선 이사장은 예술이 가진 부드러운 힘이 사회적 변화를 이끌 것이라 믿는다. 그는 대만 전시 당시 한 어머니가 어린 자녀에게 “세상에는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도 있단다”라고 다정하게 설명하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시위 현장이라면 피했을 수도,TV 광고라면 채널을 돌렸을 수도 있겠지만,미술 전시였기에 관객들이 마음을 열고 다양성을 마주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 사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선 이사장은 “여전히 특정 정체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직업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현실이 존재한다”며 “한국에서 차별금지법 법제화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고 들었다. 이번 전시가 다양성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색이 모여 하나의 빛을 만들 듯 다양성 포용이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역설했다. “우리는 누군가의 권리를 뺏으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를 원할 뿐이다. 이번 전시로 많은 이들이 자신의 진실된 모습을 드러내고 화합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